AI 기본법으로 열리는 새로운 법률시장?
AI 기본법을 보다 보면, 역사속에 있었던 일들이 자꾸 떠오른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유럽·미국에서 자동차가 등장했었다.
그리고 마부·마차 제조업자·말 사육업자 등 기존 이해관계자들이 생계 위협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던 적이 있었다.
이른바 ‘적기조례’ 라고 불리며 규제를 발표했고, 이 규제는 오랫동안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막는 사례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위와 같은 사례를 멍청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일들이 현대 사회에서도 안 일어나는 건 아니다.
타다 금지법 등 특정 산업의 종사자를 보호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기술과 규제는 한 묶음처럼 따라다니는 관계다.
그렇다면 새로운 기술이 사회를 흔들 때,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 뭘까?
“이 기술을 어떻게 막을까” 일까?
그것보단,
“이 기술을 어떻게 사회에 잘 안착시켜서 발전을 도모할까”
이 쪽이 더 생산성 있는 고민일 것이다.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하자 도로교통법이 따라왔고,
인터넷이 일상이 되자 정보통신망법이 정비됐고,
핀테크가 금융을 흔들자 전자금융거래법이 그 뒤를 채웠다.
규제는 기술이 죽는 자리가 아니라, 기술이 시장 안에서 값을 매길 수 있게 되는 자리에 세워진다.
그리고 이번엔 AI다.
AI 기본법이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AI가 더 이상 실험실의 기술이 아니라 책임과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걸 뜻한다.
그리고 책임과 거래가 생기는 곳에는 언제나 그걸 설계하고, 판단하고, 가려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전문직들은 “AI가 내 일을 얼마나 가져갈까”가 아니라 “이 기본법으로 인해 어떤 시장이 새로 생기는가’를 주목해봐야 한다.
과거 코로나 때, 마스크 공장 인허가 수요가 폭발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인공지능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 수요가 폭발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 어떤 시장이 열릴지를 좀 더 해상도 깊게 알아보자.
AI 기본법에 담긴 함의
AI 기본법의 골격은 단순하다.
‘고영향 AI'(생명·신체 안전,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와 ‘생성형 AI’를 골라내고,
그걸 만들고 쓰는 사업자에게 투명성 확보, 안전성 확보, 사전 영향평가, 위험관리체계 구축 같은 의무를 지웠다.
위반하면 최대 3천만원의 과태료가 붙지만,
지금은 최소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이라 실제 제재보다는 기준을 자리잡게 하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이 법은 기술을 만들지 않는다.
AI가 더 똑똑해지거나 안전해지는 건 이 법과 별개로 진행된다.
- 어떤 AI가 고영향에 해당하는지,
- 그 영향을 누가 평가하는지,
- 평가 결과를 누가 보증하는지,
- 사고가 나면 누구의 책임인지
이에 대한 기준이 확실하게 세워지면
이 기준안에서의 모든 행위가 법률서비스가 될 수 있다.
책임이 생기는 자리마다 새 시장이 열린다
이미 시장은 열리고 있고

출처: : ZDNET KOREA
특히 가장 크게 먹는 시장은 아무래도 변호사 시장일거고
그 뒤에 여러 전문직종이 따라붙는 형태로 진행되겠지.
뉴스 기사에서도 나오지만, 이런 업무영역들이 앞으로 주요 먹거리 되시겠다.
규제 자문·컴플라이언스
우리 서비스가 고영향 AI인지, 어떤 의무를 언제까지 갖춰야 하는지 진단하고 설계하는 일.
이미 대형 로펌들이 AI 전담팀을 키우며 선점에 들어갔다.
책임·분쟁
AI의 오류, 편향, 설명 누락으로 발생하는 손해배상과 분쟁.
자동화가 늘어날수록 이 시장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
신뢰성 인증·영향평가
고영향 AI에 요구되는 사전 영향평가, 위험관리체계 문서화, 인증기관 심사 대응.
AI 내장형 전문서비스
AI가 초안과 리서치를 만들고, 전문가는 전략·검증·책임을 맡는 하이브리드 서비스 모델.
교육·표준화
“우리 분야에서 AI를 어디까지 써도 되고, 어디서부터 책임이 생기는가”를 알려주는 실무 교육 형태
이 업무영역들의 공통점은 기술과 사람 사이에 책임을 판단하고 배분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건 정확히 전문직이 오래전부터 해온 일이고, 앞으로도 대체하기 힘든 영역일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시장의 흐름을 읽고 누가 상품화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고객을 찾느냐에 따라 미래가 많이 달라지겠지.
한 가지 확실한건, 일의 종류가 바뀔거라는 것
지금까지 전문직에게 ai로 인한 여러 압박과 메시지가 들어왔다.
“판례 검색, 서면 초안, 세무신고, 노무 자문 같은 반복 업무가 AI로 넘어가니, 전문직의 일은 줄어든다.”
실제로 채용공고와 신입 채용 규모가 줄어든 통계가 이 전제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제 슬슬 다 알아가고 있다.
저 말이 다 맞는게 아니라는걸.
반복 업무가 빠르게 자동화될수록, “그 자동화가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일은 오히려 새로 생긴다.
AI 기본법은 정확히 그 판단을 의무로 만들도록 다듬고 있는거고
법률전문직이 오히려 이 시장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볼 집단일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AI는 일을 줄이는 동시에, AI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새로운 일을 만들어낸다.
줄어드는 일과 늘어나는 일이 같은 사람 안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시점이 무척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이 강조하는덴 이유가 있다.
계도기간 1년은 시장이 누구의 기준을 따라갈지 정해가는 시간이다.
이 기간 안에 “이 일은 우리 직역이 한다”고 먼저 말하고, 사례를 쌓고, 기준을 제시하는 전문가가 앞으로 몇 년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것이다.
법이 막 시행됐고 시행령의 세부 기준도 아직 다듬어지는 지금이, 오히려 가장 먼저 깃발을 꽂기 좋은 시점이다.
AI 기본법은 전문직에게 보내는 위협 신호가 아니다.
자신의 먹거리를 다시 찾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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