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세무사 | 상방이 막히고 있는
스레드를 보다가 이런 피드를 봤습니다.
개업세무사로서 불안한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질 정도죠?
삼쩜삼의 등장으로, 홈택스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고
자신들이 제공하던 서비스의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이야기.
저 피드를 보고서 많은 반응들이 엇갈려 있었습니다.
– 그래도 살아남을 세무사는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 저딴 서비스를 11만 원이나 받고 있었으니 대체가 되지
– 전문직 걱정은 하는 게 아님
– 그동안 꿀 잘 빨고 있었잖아, 한잔해
세무사님 입장에선 저 게시글이 어떻게 보이시나요?
원래 자신의 직업이 쉽게 대체가 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의 직업은 쉽게 대체가 될 거라 말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죠.
복잡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다른 관점에서 한 번 살펴봐야 하는 게 있는데요.
정말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세무사 개업 후 상방으로 가는 길이 점점 막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막히고 있는 개업세무사 상방
하나 질문드리겠습니다.
개업세무사의 가장 큰 장점이 뭐였다고 생각하시나요?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겠는데,
저는 세무사의 가장 큰 장점이 상방이 열려 있’었’다는 점을 꼽을 겁니다.
대부분의 전문직은 개업 시 두 가지 상반된 특성을 가집니다.
하나는 안정성이고, 다른 하나는 성장의 한계입니다.
변호사, 변리사 등 대부분의 전문직은 법으로 보장된 독점적 업무영역이 있어 최소한의 수입은 보장받습니다.
최소한의 하방을 보장받을 수 있는 포지션이죠.
하지만 하방이 막혀있는 대신, 성장의 한계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수익구조가 ‘[시간 × 단가]’라는 공식에 갇혀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유한한 자원입니다.
그리고 전문 서비스 단가는 시장 경쟁으로 인해 무한히 올릴 수 없죠.
몇몇 전문직분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몸값을 깎아가며 일하기 때문인데요.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전문직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 확대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의사분들이라고 봐야겠죠.
입지 프리미엄과 의료기계들을 도입하여 일정한 수준의 서비스를 대량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적으로 봤을 때, 상방이 열려있는 의사분들과 같은 특성을 공유했던 게 세무사 직무였습니다.
‘세무기장’이라는 비즈니스 모델 때문인데요.
다음과 같은 특성 덕분에 상방의 한계를 뚫어갈 수 있었죠.
1. 시스템화 가능성: 세무기장은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어, 개인의 시간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2. 규모의 경제: 직원 채용과 교육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을 늘릴 수 있으며, 이는 곧 수익의 확대로 이어집니다.
3. 반복적 수익: 기장대행은 월별, 분기별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세무사는
다른 전문직과 달리 개인의 시간 제약을 넘어설 수 있는 ‘상방이 열린’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전문직의 안정성이라는 장점은 유지하면서도, 다른 전문직이 가진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독특한 포지션.
그래서 세무사가 개업에 특화된 전문자격증이라는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요?
개업 세무사의 상방을 뚫어주는 역할이었던 세무기장 서비스가 플랫폼에 빼앗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동안에는 여러 기장업체만 가지고 있으면, 부가세 신고는 물론 법인세/종합소득세 신고 소득까지 편하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신고업무들을 플랫폼에 빼앗기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홈택스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굳이 개업세무사에게 정기적으로 기장서비스를 맡길 이유가 없어져 버렸죠.
이젠 세무사로서 얻을 수 있는 기장업체 수가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상방이 계속 닫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외에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해외에서도 택스 테크가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Uber, Dell, Netflix, Zoom 등 대형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Fonoa의 경우엔 글로벌 간접세 자동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구요.
세금 양식을 디지털화하여 교환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taxchain도 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 기술을 사용하여 재무 및 세금 데이터를 통합하는 플랫폼인 EY Global Tax Platform (GTP)도 꾸준히 성장중이구요.
이런 플랫폼들의 등장으로 인해 세무사의 역할도 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공했었던 단순 세무업무에서 벗어나 더 복잡하고 전략적인 세무 자문 역할로 뚫어가고 있죠.
시대는 세무 지식 뿐만 아니라 최신 세무 기술에 대한 전문성도 요구하고 있고
이런 전문성까지 갖춰야 경쟁력 유지를 도모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택스테크 플랫폼이 크기가 더 커진다면,
개업세무사분들은 기업에서 새로운 세무 기술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데 필요한 교육과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로서 움직이게 되시겠죠.
개업세무사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저 위에 스레드 글에서도 그렇고,
플랫폼이 커지는 모습들도 그렇고,
이미 시장은 우리에게 여러 위험 신호들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를 빠르게 받아들여 대응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죠.
전문자격증은 법적으로 업무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직업 자체가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그런 법적 보호와는 상관없이, 고객들이 굳이 세무사님들을 활용해야 할 이유 자체가 없어질수도 있습니다.
세무서비스 수수료를 법적으로 정해놓거나, 업무범위를 더 강력하게 보호해야겠죠.
그런데, 그렇게 되면 상방은 더 확실하게 막혀버리는 셈이구요.
어느 쪽이든 선택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세청은 전문가 없이도 신고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투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이 ‘굳이’ 세금신고, 기장, 환급 등 기본적인 세무업무를
개업세무사님께 맡겨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AI서비스가 더 저렴해도, 더 편해도 왜 굳이 세무사님께 세무관리를 맡겨야 할까요?
이런 의문을 어떻게 해소시킬 수 있을까요?
그걸 말씀드리는게 세무삼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