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률시장은 왜 7조 밖에(?) 안되는가?
LES 법률 포럼은 12월 초에 열렸었고, 거길 다녀왔다는 글을 짤막하게 쓴 적이 있는데요.
유료 세미나에서 들었던 법률시장 인사이트를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했었습니다만,
법률마케팅 마스터클래스의 런칭 때문에 계속 미뤄졌었는데요.
런칭도 하였으니, 미뤄뒀던 과제를 해결하는 겸 해서 글을 작성해볼까 합니다.
한국 법률시장은 왜 7조 밖에(?) 안되는가?
우선, 제목이 다소 도발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텐데요.
사실 이건 뉘앙스가 다를 뿐, 세미나에서 줄곧 나왔던 주제입니다.
당장 LES 포럼을 기획하신 이수형 법률신문 대표님도 하셨던 말씀이구요.

한국에서 법조 시장은 수십년간 인재가 몰린 분야지만,
그에 비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보잘것 없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굉장히 뼈아프게 다가오는 대목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법률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여러 의견을 들어봤을만큼, 중요하게 다뤘던 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저도 어떤 얘기가 나올까 싶어서 주의깊게 들었었는데요.
여러 얘기가 나왔었지만, 솔직히 크게 와닿진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시장 인프라 및 역량 부족’이라는 공급자 관점의 진단만 나왔었기 때문인데요.
- 제도, 시장 개방성 부족
- 수요, 공급의 불균형
- 산업 기술 변화 대응력 부족
- 국제 경쟁력 미흡
사실 이런건 법률전문가가 아니여도 할 수 있는 얘기라 좀 더 다른 얘기를 듣고 싶었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현곤 대표변호사님의 말씀이 인상깊었습니다.
중국은 많은 인구에도 법률시장 규모가 작은 수준이다.
사회가 법에 의해 돌아가면 그에 대한 수요가 저절로 커지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법률시장은 성장하기 어렵다
저는 이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라 좀 더 얘기를 풀어보겠습니다.
한국 법률시장은 왜 7조 밖에(?) 안되는가?
법이 약해서.



한국 법률시장이 7조원에 머물러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 제도, 시장 개방성 부족
- 수요, 공급의 불균형
- 산업 기술 변화 대응력 부족
이런 게 아니라, 그냥 한국 법 자체가 약하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보여주고 있죠.
2020년에 대한변협과 법무부가 함께 조사를 했는데, 국민의 65%가 우리 사회에서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그 이유겠죠.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단속이 제대로 안 되거나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다른 조사를 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10명 중 2명만 법이 잘 지켜진다고 생각하고, 나머지는 법이 약자보다 강자 편에 서고 돈과 권력 앞에 무력하다고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법이 약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처벌이 약하다는 인식은 더 명확합니다.

최근 조사에서 사람들에게 범죄가 왜 발생하냐고 물었더니 57%가 처벌 수준이 약해서라고 답했고
그리고 무려 93%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법 관련 연구기관들의 보고서를 보면 대부분의 국민이 지금 형벌 수준이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낮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재판부의 양형이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일관되게 관대하다는 결과가 계속 나옵니다.
말로는 엄벌주의를 외치지만 실제 결과는 관대하다는 모순이 구조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사람들 인식에 이미 박혀있어요.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이게 더 분명해집니다.
사기죄만 해도 그렇죠?
법정형 최고가 15년인데, 1인당 피해액이 5억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피해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한테 피해를 입힌 대규모 사기 사건도 생각보다 낮은 형을 받구요.
아동이나 청소년 대상 성범죄도 2023년 판결문을 분석해보면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중 60% 이상이 벌금이나 집행유예만 받고 끝났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이런 인식은 우리가 보는 웹툰, 드라마나 영화에도 그대로 나타나는데요.




이런 웹툰, 드라마, 영화들이 인기를 끌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의 법이 강했다면,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였다면 이런 창작물들이 큰 인기를 끌지 못했었을겁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법이 못 잡는 악당을 주인공이 직접 처단하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사적 응징물이 인기를 끄는 건 약한 형벌과 불신받는 사법부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이 반영된 거라고 분석할 수 있는거죠.
따라서 국민이 “법대로 하면 손해 본다”, “어차피 솜방망이”라고 느끼는 환경에서는,
예방·준법·컴플라이언스에 돈을 쓰려는 의지가 약해지고,
분쟁 해결조차 “결과 기대치가 낮다”는 이유로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법의 실효성이 낮고 형벌이 약하다고 느껴질수록,
법률서비스는 “문제 해결·가치 창출”이 아니라 “형식적 절차 처리” 수준으로 인식되기 쉽고, 이는 곧 저부가가치 구조 고착으로 이어지는거죠.
따라서 한국 법률시장이 저부가가치인 이유는 단순히 인프라나 글로벌 역량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화와 집행 시스템이 약하고, 그 결과로 ‘법 위반 리스크’가 충분히 크지 않은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구조가 법보다 관료·행정에 의존하는 비법문화와 소송 회피, 행정지도로 해결하는 구조로 이어진 것이고,
법으로 싸우기보다 눈치 보고 합의하는 문화가 더욱 잘 형성되었다고 봐요.

해외 시장을 개척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우선, 한국 법률시장이 내수 7조 → 글로벌 70조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부정하는건 아닙니다.
너무나 맞는 얘기죠.
그런데 내부 문제는 방치한 채 바깥으로 눈을 돌린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특히 법무법인 YK에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던데요.


온갖 법적 피해자를 발생시켜 고발까지 당한 로펌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게 사실 좋게 보일수는 없거든요.
여러군데에서 압박을 받으니
‘우리 지금 싸울 때가 아니다. 바깥으로 눈을 돌려서 더 큰 열매를 취할 때다’라고 화제제 전환을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잠시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빠졌는데, 다시 돌아와보겠습니다.
지금 “한국 법률시장은 작으니 해외시장으로 나가야 산다”는 프레임이,
내부의 약한 집행·솜방망이 처벌·낮은 법 신뢰·저부가가치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남아도는 인재·과잉 공급·경쟁 스트레스를 “해외로 나가자”는 구호로만 해결하려고만 한다면 다른 부작용이 더 발생하지 않을까요?
한국 법률시장이 진짜 산업이 되려면,
솜방망이 처벌과 선택적 집행을 줄여 “법을 어기면 반드시 큰 리스크”라는 질서를 내부에서 먼저 구현하고,
그 위에서 기업·개인의 예방법률·리스크 관리·컴플라이언스 수요를 키워 국내 부가가치를 확장한 뒤,
이 경험과 시스템을 들고 해외로 나가야 부가가치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해외 기업들도 한국을 더 우습게 안보죠.


이 작업이 안되면, 한국 법이 약하다는걸 파악한 해외 플랫폼이 한국에서 더 많은 돈을 털어먹으려 들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못한채 비참하게 지켜봐야만 하는 날이 지속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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