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전문분야를 좁히는게 과연 맞는 판단일까?
개업을 앞두거나 갓 시작한 변호사분들이 브랜딩과 마케팅에 관심을 가질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변호사 전문분야를 좁혀라” 입니다.
그런데 이 조언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드는 분이 있습니다.
나는 형사도 잘하고,
민사도 잘하고,
가사도 행정도 자신 있는데,
왜 그걸 억지로 줄여야 하지?
실제로 그런 분들이 꽤 계시거든요.
수사단계부터 공판까지 형사 전 영역을 경험하고,
건설·부동산·의료·손해배상 같은 고난도 민사를 다루고
이혼·상속·소년 사건에 가사 전반을, 학교폭력을 포함한 행정 사건까지 수행해본 경험이 있다면
이 모든걸 버리고 하나만 파라는 얘기가 마땅찮게 들립니다.
당연히 받아들이기 어렵거든요.
할 수 있는 일을 줄이면 맡을 수 있는 의뢰 자체가 줄어들 테니까요.
이 지점에서 많은 변호사분들이 딜레마에 빠집니다.
전문분야를 좁히면 시장이 좁아질 것 같고, 넓게 가져가면 “아무거나 다 하는 사람”으로 보여서 깊이가 흔들릴 것 같고.
좁혀도 불안하고, 넓혀도 불안한 겁니다.
그런데 이 딜레마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내놓지 않으면
브랜딩도 마케팅도 어중간한 상태로 머물게 됩니다.
그래서 한 가지를 짚어봐야 합니다.
“전문분야를 좁혀라”는 조언이 실제로 의미하는 게 뭐냐는 거죠.
이 조언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할 수 있는 일을 줄여라”가 됩니다.
하지만 이 조언의 맥락을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변호사 전문분야를 좁히라’는 얘기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됩니다
고객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먼저 보겠습니다.
고객이 법률 문제를 안고 변호사를 찾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건 “내 상황을 제일 잘 이해하는 사람이 누구지?”를 판단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대부분 첫인상, 즉 그 변호사가 바깥에 내놓은 메시지에서 결정되죠.
홈페이지 첫 문장, 블로그 제목, 소개 글 한 줄.
여기서 “이 사람은 내 문제를 전에도 많이 다뤄본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이 와야 클릭하고, 전화하고, 상담을 예약합니다.
나를 알리는 신호가 명확할수록 좋은거죠.
반대로, “형사·민사·가사 모든 분야 가능합니다”라는 메시지는 객관적으로는 대단한 역량이지만,
고객의 머릿속에서는 임팩트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자기 문제를 전문적으로 해결해줄거란 생각이 들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전문분야를 좁혀라”라는 조언의 진짜 의미는
할 수 있는 일을 줄이라는 게 아니라,
고객의 첫 인상을 잘 만들도록 메시지를 뾰족하게 다듬으라는 겁니다.
고객이 처음 들어오는 문은 하나로 만들되,
그 문을 열고 들어온 다음에 경험하는 서비스의 폭은 넓게 만들라는 거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혼·재산분할 전문”이라는 포지션을 잡았다고 합시다.
바깥에서 보면 가사 전문 변호사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혼 사건을 다뤄보면 여러 문제들이 딸려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우자의 폭력이나 스토킹 문제가 얽혀 있으면 형사가 필요하고,
재산분할 과정에서 부동산 가치 평가나 손해배상 쟁점이 나오면 민사가 필요하고,
자녀 보호처분이나 학교폭력 이슈가 붙으면 행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경우엔 가사 사건 하나가 형사·민사·행정을 전부 아우르게 되죠.
그러면 이 변호사가 가진 역량이 한 사건 안에서 전부 발휘될 수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혼 문제로 찾아왔는데, 형사 문제까지 한 번에 해결해주네”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 순간 이 변호사는 “가사 전문”이 아니라 “내 복잡한 문제를 한 번에 봐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입구가 좁을수록 그 입구로 들어오는 사건의 밀도가 높아지고,
밀도가 높아질수록 그 안에서 자기가 가진 넓은 스펙트럼을 쓸 일이 오히려 많아집니다.
좁히는 게 시장을 줄이는 게 아니라,
자기 역량이 가장 밀도 있게 발휘되는 지점으로 고객을 모으는 겁니다.
그럼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는 건
‘실제 실무 범위를 줄이는게 아니라’
‘향후 내 업무 레버리지가 다양하게 엮일 수 있는 첫 분야는 무엇인가?’를 찾아봐야 하는것이죠.
전문분야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기준은 단순합니다.
“내가 가장 깊게 이해하고 있고, 앞으로 몇 년간 더 파고들어도 지치지 않을 유형의 사건은 뭔가?”
그리고 “그 사건 유형 안에서 내가 가진 여러 영역의 역량이 동시에 쓰이는 구조인가?”
이 두 질문에 교차하는 지점이 있으면, 그 분야를 눈여겨 보시는게 좋습니다.
그 분야를 파고들다보면, 업무 사례가 쌓이고,
사례가 쌓이면 평판이 생기고, 평판이 생기면 그 분야에서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턴 소개를 통해 들어오는 사건의 질과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쉬운 사건은 가격으로 경쟁하지만, 어려운 사건은 신뢰로 경쟁하니까요.
같은 시간을 써도 더 높은 수임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전문분야를 “좁힐 것이냐 넓힐 것이냐”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신 질문 자체를 바꿔볼 필요는 있죠.
나는 형사·민사·가사·행정을 모두 잘한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를 가진 누가 나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만들 것인가?
여기서 관점에 따라 수많은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이 도출될 수 있겠죠.
사람들에게 기억될 첫 인상은 선명하게,
그리고 나에게 문의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업무체계는 넓게.
이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다는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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