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브랜딩 | 숫자에 대한 강박
저는 숫자에 대한 강박이 있었습니다.
어떤 작업을 하던 결과물이 숫자로 증명되어야 하고,
그 숫자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마케팅이고 전문직 브랜딩이며, 경영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숫자를 믿어야 비즈니스 관점에서 더 우월하다고 믿었습니다.
숫자만 보지 말라는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았어요. 그건 숫자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변명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조회수, 팔로워, 좋아요 수, 댓글 수 등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늘릴 수 있을까’ 고민만이 최선의 길이라 여겼습니다.
경쟁은 치열하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숫자는 불안을 효과적으로 없애줍니다.
사람은 불안을 없애주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마음속에 있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숫자(데이터)의 마법을 믿었습니다.
어떤 분은 마음속에 있는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숫자에 대한 믿음이 산산히 부숴져버린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전문직 브랜딩 | 도무지 이해 안되는 숫자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분이 있습니다.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시는 분이었는데, 기존에 알려져 있지 않는 형태의 컨설팅 서비스였어요.
저도 처음보는 형태의 서비스였고, 무엇보다 가격에 놀랐습니다.
몇 백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었거든요.
판매하는 상세페이지의 설명은 부실하고,
다들 말하는 ‘가치입증’에 대한 건 아예 없다시피 했습니다.
현업에 계신 마케터분들이 보시면 거침없이 ‘쓰레기’라고 부를만한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팔립니다. 그것도 잘.
블로그로만 마케팅을 진행하고, 블로그의 하루 방문자 수는 처참합니다.
200명이 채 안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좋아요 수? 체류시간? 그런게 애초에 의미없는 수준이었죠.
컨설팅 서비스의 가격은 점점 올라서 한 번 받는데 500~600만 원까지 올라가도
하루에 2건 예약이 되는 걸 눈 앞에서 직접 봤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브랜딩/마케팅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고.
숫자에 매몰되었던 믿음이 산산이 부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팔로워, 이웃 수, 조회수, 댓글 수
이런 데이터가 무슨 의미가 있지?
전문직 브랜딩의 방향성
전문직 분들은 브랜딩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십니다.
실제로도 쉽지 않습니다.
전문성, 전문지식은 절대 대중적일 수 없습니다.
대중적이면 희소하지 않은거고, 고가의 서비스가 될 수 없습니다.
법률 전문지식이 고가의 서비스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희소하기 때문입니다.
전문서비스의 가치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의뢰인 또한 소수이기 때문에
전문직 브랜딩은 이런 특성을 인지하고 소수 핵심 고객을 타겟팅하는게 기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전문직 분들이 자꾸만 ‘숫자의 유혹’에 빠지시는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전문직으로 일하고 계신 분들은 다른분들보다 인정 욕구가 훨씬 크겠지요.
인정 욕구가 훨씬 크기 때문에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여 남다른 성취를 이뤄내실 수 있었던 거니까요.
그래서 젊은 전문직 분들은 퍼스널브랜딩에 도전하실 때, 팔로워, 조회수, 좋아요 등의 데이터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숫자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나타내고,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웃수(팔로워), 조회수, 좋아요 등의 숫자를 늘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대중적인 콘텐츠를 만듭니다.
VLOG를 찍기도 하구요.
수험생활과 직장생활에 대한 얘기를 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페르소나를 정해서 글을 쓰기도 합니다.
정확히 이 지점에서 전문지식과 전문성이 담긴 콘텐츠는 버려집니다.
만들기는 어려운데, 콘텐츠에 대한 반응은 더더욱 없으니까요.
그래서 대중적인 콘텐츠를 더욱 많이 발행하게 되구요.
이 과정에서 팔로워수가 늘어나면 대다수 전문직분들은 퍼스널 브랜딩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다.
자신을 믿어주고 따르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뭘 팔아도 사줄 수 있는 분들이 곁에 있다는 쾌감.
퍼스널 브랜딩이 어려운 전문직 분야에서, 팔로워를 모은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계시기 때문에 그 쾌감은 더하지요.
그런데 그건 ‘전문직’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전문직 ‘인플루언서’로서 퍼스널 브랜딩이 된 것입니다.
전문직이라는 타이틀을 빼고 그냥 ‘인플루언서’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되면 전문직으로서의 정체성은 흐려지고
전문지식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과는 점점 멀어지며,
자신이 판매하는 전문 서비스를 소비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들만을 신경쓰게 됩니다.
그래서 젊은 전문직들도 충분히 실무를 잘 소화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정작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는 콘텐츠는 발견하기 어려운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게 어떻게 ‘전문직’ 퍼스널 브랜딩인가요?
그냥 퍼스널브랜딩이죠.
글의 맥락상 다그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전혀 그런게 아니구요.
인정욕구에 따른 숫자의 유혹에 빠져서 전문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을 놓치지 말라는 얘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반응이 안나올걸 ‘알아도’ 전문적인 콘텐츠를 발행할 용기가 필요해요.
이 감정은 알아도 컨트롤하기 어렵습니다.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세무삼략에선 전문직 브랜딩을 하면서 느끼는 문제와 감정으로부터 어떻게 자립해야 하는지를 말씀드리고 있어요.
추가 칼럼 : 전문직 광고 | 타협하게 되는 지점